1. 《링컨 (Lincoln, 201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남북전쟁 말기인 1865년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는 바로 노예제 폐지였으며,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은 이를 법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헌법 수정 제13조 통과에 온 힘을 쏟았다. 영화는 전쟁터의 장대한 전투보다도 의회 내 치열한 정치적 설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링컨은 공화당 내부의 의견 불일치,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 그리고 국민의 피로감이라는 장벽 속에서도 노예 해방을 국가의 근본적 가치로 세우고자 했다. 영화는 링컨이 단순히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정치적 현실을 치밀하게 계산하며 타협과 설득을 병행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결국 그의 노력은 수정헌법 13조의 통과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 사회에 자유와 평등의 초석을 놓았다. 이 영화는 링컨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리더십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미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제도적 변화를 통해 발전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2. 《13시간: 벵가지의 비극 (13 Hours: 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 2016)》
이 영화는 비교적 현대사에 속하는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미국 대사관과 CIA 거점이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으면서 벌어진 참극을 다룬다. 특히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가 사망한 사건은 미국 외교사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오바마 행정부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었다. 영화는 거대한 정치적 논쟁보다는 현장에서 싸운 민간 보안 요원 6명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들은 정규군이 아닌 민간 계약자였지만, 혼란과 공포 속에서 제한된 무기와 인원으로 미 대사관 직원들과 정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극 중 인물들은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음에도 동료애와 책임감으로 임무를 이어간다. 결국 13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투 끝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일부는 이들의 헌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미국이 해외에서 직면한 외교적 위험과 군사적 현실, 그리고 개인의 용기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기록되는지를 보여준다.
3. 《세이빙 프라이빗 라이언 (Saving Private Ryan, 1998)》
스티븐 스필버그의 또 다른 걸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D-Day)’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이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초반부 전투 장면은 전쟁 영화사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된 장면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당시 병사들이 겪은 지옥 같은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본격적인 줄거리는 미군 병사 제임스 라이언 이병을 구출하기 위한 특수 부대의 여정을 따라간다. 라이언은 형제들이 전쟁에서 모두 전사하고 홀로 남은 인물로, 정부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소수의 병사가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상황은 ‘개인의 생명과 공동체의 희생’이라는 도덕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전쟁에 대한 다른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인간애를 증명한다.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과 동시에 인간성의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며, 미국 역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가지는 의미와 세대적 기억을 깊이 되새긴다.
4. 역사적 의미
세 영화는 미국이 직면한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제를 반영한다. 《링컨》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확립한 역사적 순간을 드러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권 의식의 뿌리를 상기시킨다. 《세이빙 프라이빗 라이언》은 미국이 세계사 속에서 자유를 수호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과, 전쟁 세대의 기억을 후대에 전승하는 역할을 한다. 《13시간》은 강대국 미국조차 해외 현장에서의 무력 충돌과 정치적 한계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며, 현대 외교의 취약성과 군사적 개입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5. 종합적 비교
세 작품은 모두 미국 역사에서 자유, 희생, 책임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19세기에는 제도의 확립(《링컨》), 20세기에는 세계 전쟁 속 인류적 연대(《세이빙 프라이빗 라이언》), 21세기에는 글로벌 분쟁 속 개인적 헌신(《13시간》)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미국은 단순히 강대국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치의 수호자’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스스로 정의해 왔는지를 보여준다.